"Amazing Grace"

이번 편지는 8월 7일~11일에 베트남에서 있었던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쓰려 합니다. "제1회 Asian Youth Camp for Great Mission"(이하 '청년캠프')가 열렸고, 참 놀랍고 아름다운 일들을 경험하였습니다. 한국, 네팔, 캄보디아, 필리핀, 베트남.. 이렇게 5개국에서 114명의 청년들이 모여서 아시아 선교의 꿈을 꾸었습니다.

"제1회 Asian Youth Camp for Great Mission"

# 에피소드 1, "베트남 청년들이 너무 고마웠다"

2014년 7월에 "한-베 청년연합수련회"를 처음 개최했는데, 당시 60여명이 모여서 정말 뜨거운 은혜를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2015년과 2016년에 "한-베 청년연합수련회"를 이어서 개최하였는데, 해마다 행사가 눈사람 굴리듯이 조금씩 커졌지요. 마침내 올해는 5개국 청년들이 모이는 글로벌한 집회가 되었습니다. 지난 3년동안 이 집회를 붙들고 기도해온 베트남 청년들의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베트남 청년들의 축적된 경험이 있었기에 큰 행사를 무사히 치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나온 과정을 돌이켜 보면서 주님의 섭리를 느끼며 감사했습니다. 첫 수련회를 할 때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는데, 한 걸음 한 걸음 인도하셔서 올해에는 5개국 연합수련회를 이루셨습니다. 부족한 저를 베트남으로 보내시고, 베트남 청년들을 만나게 하시고, 서로 협력해서 주님의 선한 일을 이루게 하시는 섭리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 에피소드 2, "공항 12번 기둥에서 만나요"

"작년에 90명 넘는 인원도 치뤄봤는데, 올해에 20명 정도 더 많은 인원이니 그리 어려울 것 있겠나.." 이렇게 생각한 것이 큰 오산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오는 팀이 4팀,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 오는 팀이 모두 3팀해서 7팀인데, 각각 베트남에 입국하는 날짜와 시간이 달랐습니다. 행사가 시작되기 이틀 전부터 저와 벳남 청년들은 입국하는 손님들을 맞이하여 숙소로 픽업하느라 진이 빠졌습니다.

시간도 다르고 비행기도 다르고, 심지어 캄보디아는 공항이 아닌 버스 터미널로 가야하고.. 홍길동처럼 분신술을 쓴다면 제가 다 마중을 나가도 되지만 그럴 수도 없었지요. 베트남 청년들이 각각 팀을 맡아서 마중을 나가기로 했고, 서로 얼굴을 모르니 피켓을 들고 마중하기로 했죠. 그날따라 공항은 인산인해를 이루어 대부분 만나지 못했죠. 만약에 만나지 못하면 공항 12번 기둥으로 찾아오라고 했던 비밀약속(?)이 있었기에 다행히 만날 수 있었지요..

# 에피소드 3, "친구가 없어졌어요"

한국`, 베트남, 네팔 청년들이 연합으로 "선교센터 카페"에서 주일예배를 드렸지요. 청년들이 홀에 빽빽히 앉아 예배드리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벅차올랐습니다. 요즘 카페에서 주일 아침마다 베트남 청년들이 예배를 드리는데, 이날은 한국과 베트남, 그리고 네팔 청년들이 함께 예배를 드렸습니다. 은혜롭게 예배를 드리고 점심을 먹고 있는데, 한국 청년이 다급하게 말을 하더군요. "선교사님, 00가 없어요. 두 시간 전에 나갔는데 아직 안들어 왔어요." "그걸 지금 얘기하면 어떡하니..'

베트남 청년들이 스쿠터를 타고 카페 주변을 이잡듯이 샅샅이 뒤졌으나 행방은 묘연하기만 했습니다. 핸드폰은 꺼져있고,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일단 영사관에 신고를 하고, 우리는 무사하기를 기도하며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후에 사랑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면서 모두 함께 간절하게 기도했지요. 다행히 저녁 8시가 지나서 연락이 닿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다시 만난 기쁨"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에피소드 4, "우리는 영어로 소통하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무사히 무이네 리조트에 도착하여 짐을 풀었습니다. 무이네는 베트남에서도 아름다운 해변 휴양지입니다. 우리가 지내는 유니크 리조트는 바로 해변에 위치해 있는 고급 리조트이지요. 네팔에서 온 청년들은 바다를 처음 본다고 하더군요. 네팔은 바다가 없는 나라입니다. 캄보디아에서 온 청년 중에는 담요와 큰 샴퓨를 챙겨오기도 했더군요. 어렇게 좋은 환경을 베풀어주신 주님께 감사할 뿐입니다.

'청년 캠프' 모인 청년들은 서로 언어도 다르고, 피부색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살아온 삶의 경험도 달랐습니다. "다른 것은 좋은 것이다."는 생각을 늘 품어왔지만, 사실은 추상적인 철학이요 논리였습니다. 실제로 "다른 것은 불편한" 것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언어가 다름으로 인해 소통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말씀을 전할 때에도, 그룹 모임을 할 때도, 언어의 다름은 참으로 불편한 것이었습니다. 첫 그룹 모임-그룹을 나라별로 섞어서 조직-을 가질 때, 소통이 어려워서 곤란해하는 모습들을 보았지요.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청년들 사이에서는 소통이 풍성하게 일어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베트남 청년 에스더가 이렇게 말을 했다는군요.

"우리는 영어로 소통하는 것이 아니다."

# 에피소드 5, "Different is so beautiful..."

첫날 첫 프로그램은 "나라별 자기 소개와 장기자랑"이었습니다. 각 나라별로 자신들을 소개하고, 준비해온 특별 활동을 발표하는 시간이었죠. 모든 나라들이 하나님을 높이는 찬양과 워십을 하였는데, 표현하는 모습이나 느낌이 제각각 달랐습니다. 마음은 같은데 몸짓은 달랐다고 할까요.. 각 나라의 고유한 몸짓으로 표현된 찬양과 워십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감동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다름이 한 마음으로 모이니 이렇게 아름답구나!"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어쩌면 이 시간의 감동이 '청년캠프'의 불편함과 어려움을 넘어서게 하는 힘이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 에피소드 6, "Lord's People" 찬양

"Lord's People"은 청년 사역을 하는 팀입니다. 특별히 청년 찬양집회를 인도하는데, 이들이 인도하는 찬양집회는 정말 역동적이었습니다. 베트남 청년들의 찬양 인도에 늘 감동을 받아온 저이지만, '로드스 피플'의 찬양 인도는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그들은 청년들로 하여금 목소리만이 아니라 온몸으로 찬양하게 만들더군요.

베트남에서 청년사역을 하면서 느낀 것이 있습니다. 이땅의 청년들이 겨울이 지난 봄이 되었는데도 계속 겨울옷을 입고 있어야 하는 그런 갑갑함 환경에 있다는 겁니다. 아니면 우물 안에 갇혀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베트남 뿐만이 아니라 아시아에 사는 청년들, 특히 크리스천 청년들게는 그런 억압의 느낌들이 있습니다.

온몸으로 뛰면서 찬양하는 아시아 청년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억압된 영혼이 찬양으로 해방되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노래하고 춤추고 뛰면서 억압되었던 몸과 마음이 예수의 이름으로 자유로워지는 경험을 한 것이지요. 저와 김동준목사님, 모든 선교사님들도 청년들과 함께 뛰었습니다만, 무릎이 아프고 호흡이 가빠서 중간에 쉬어야 했습니다. 사실 '로드스 피플'은 전혀 알지 못했는데, 이번 '청년캠프'를 준비하면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니 주님이 만나게 해주셨지요. 주님의 섭리가 놀라울 뿐입니다.

# 에피소드 7, 어메이징한 말씀

"Amazing Grace"를 주제로 선포되는 김동준 목사님의 말씀은 주제의 표현그대로 정말 '어메이징'했습니다. 한가지 안타까웠던 점은 현란하고 반전과 위트가 넘치는 한국어가 영어로 통역되면서 빛을 잃는다는 것입니다. 한국인들은 빵빵 터지는데, 외국 청년들은 무반응일 때가 많았지요. 안타깝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말씀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제 기억에 남았던 말씀들을 전하자면...

"좋은 일을 혼자 하지 마라. 함께 해야 한다.", "은혜는 낯선 것이다."

"어떤 형편에서든지 예배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사람낚는 어부인데, 낚시로 잡는게 아니라 그물로 잡는다. 그물로 잡기 때문에 원하지 않는 사람도 잡힌다."

"내 아픔이 먼저인 것이 죄이고, 이웃의 아픔이 먼저인 것이 치유다."

"우리는 하나님 나라 가는 사람인데, 올라가고자 하면 먼저 내려가야 한다."

"회개는 늘 더디고 은혜는 늘 빠르다."

# 에피소드 8, 모래 사막의 새벽 묵상

셋째날 동트기 전, 우리는 사막으로 출발했습니다. 일출을 보면서 하나님을 찬양하고 기도하기를 원했지만, 구름이 하늘을 뒤덮어 일출을 보기란 불가능했습니다. 김동준 목사님이 기도하였지요. "구름에 가려 우리 눈에 해가 보이지 않지만, 구름 뒤에서 해는 빛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기도를 마친 후에 구름이 걷히더니 붉은 태양이 바다 위로 솟아오르는 멋진 광경을 펼쳐졌습니다. 구름 뒤에서 빛나고 있던 태양이 이제 우리들 눈앞에서 비추고 있었습니다. 청년들은 그룹별로 흩어져서 오늘의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하였습니다. 풀한포기 없는 모래 사막의 새벽은 특별한 영감을 줍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우리는 '사막의 교부'들처럼 주님의 임재를 느끼는 은총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 에피소드 9, 세족식

마지막 날 밤에는 세족식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야외로 나가 수영장에 둘러 앉았습니다. 전체를 둘로 나누어서 절반의 청년들은 수영장 물에 몸을 담그고, 절반의 청년들은 수영장에 둘러 앉았습니다. 그리고 서로를 위해 세족식을 하였습니다. 이미 10시가 넘은 시간이 사방은 어두웠고, 파도소리만 들릴 정도로 주위는 고요했죠. 우리도 리조트의 손님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찬양도 세미한 음성으로 불렀죠. 은은한 불빛 아래서 우리는 친구의 발을 씻겨 주었죠. 저는 베트남 청년들의 발을 씻겨 주었습니다. 남자나 여자 할 것 없이 젊은이의 발들이 왜 이리 거칠고 상처가 많은지.. 그렇게 발을 씻겨주는데 고요함을 깨트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사방을 둘러보니 거의 모든 청년들은 흐느끼고 있었고, 그들의 눈가에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세족식 후에 피자 파티를 하였습니다. 서정교회 장로님과 권사님들이 베풀어 주었지요. 저도 덕분에 오랜만에 한밤의 야식을 즐겼습니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젖은 몸으로 피자를 먹으면서 청년들은 정말 그리스도 안에서 한 가족이 된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룹별로 준비한 공연을 보면서 마지막 밤의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 에피소드 10, 성찬식과 파송예배

마지막 목요일 아침, 우리는 파송예배를 드리면 성찬식을 하였습니다. 성찬식에 참여하는 청년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습니다. 떡과 포도주를 마시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을 마음에 새기며 결단하는 모습이 역력하게 보였습니다. 이제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지만 그곳에서 그리스도의 제자로 당당하게 살아갈 것입니다. 그리고 내년에 더 성숙한 일꾼으로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하였습니다. 내년에는 한국에서 다시 만나 것을 기약하면서 우리는 아쉬운 작별을 나누었습니다.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첫째, 'With Cafe'가 '선교센터'의 소명을 감당하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우리는 'With Cafe'로 쓰고 '선교센터'로 읽습니다. "청년예배" "동행 콘서트" "한글교실" "영어교실" "기타교실" 등 선교사역이 점점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저희 '선교센터'에서 베트남 복음화에 기여하는 선교 사역들이 활발하게 펼쳐지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둘째, '청년 선교'의 동역자들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청년 캠프를 통해 모인 18명의 베트남 청년들이 선교의 주체로 우뚝 서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매달 한번씩 모여서 베트남 선교를 위한 기도를 하며 선교 아젠다를 찾아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이 청년들을 통해 베트남 선교가 활발하게 일어나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셋째, 저와 아내가 건강하게 사역하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아내는 수술로 인해 올해 무척 힘들어 합니다. 조금씩 회복이 되기는 하지만 건강에 대한 염려가 많습니다. 저도 역시 나이 들어감을 점점 느낍니다. 저희 부부가 건강하여 베트남에서 신명나게 사역하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넷째, 선교센터가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현재 한달 운영비-월세, 인건비, 관리비 등-로 최소한 170만원 정도가 필요합니다. 카페 운영이 잘 되어서 선교센터가 하루빨리 자립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자립할 때까지는 동역자 여러분의 기도와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주님의 평화와 은총이 동역자 여러분의 가정과 교회에 흘러넘치시기를 기도합니다.

2017년 9월 4일

베트남에서 이광열, 최복기 선교사 올림